연금 시위 와중에 현직 장관이 플레이보이 모델로 나선 프랑스

프랑스 경제 관련 장관이 프랑스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석달째 이어지는 상황이라,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CNN 등에 따르면 플레이보이 프랑스판은 오는 8일자 최신호에 12쪽 분량의 마를렌 시아파(40)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과의 인터뷰와 함께 그녀의 사진을 표지에 실을 예정이다. 시아파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에 관한 질문에 답변했다.

시아파 장관은 성(性) 관련 책을 쓰면서 활발하게 페미니즘 운동을 하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성평등부 장관으로 발탁돼 입각했다.

플레이보이 프랑스판 편집장 장-크리스토프 포랑탱은 스스로를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상대의 지성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시아파 장관이야말로 표지 모델로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 ‘파리지앵’은 시아파 장관이 플레이보이 사진에서 옷을 입은 상태로 등장하지만,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르는 등 요염한 포즈를 취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유출된 일부 사진 속 시아파 장관은 한쪽 어깨를 드러낸 긴 흰색 드레스와 나비넥타이를 두른 풍성한 흰 드레스 등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슴이 깊게 파인 수영복 형태의 의상을 입은 사진도 있다. 사진 중 하나에는 ‘속박에서 벗어난 장관’이라는 설명이 달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집권여당(르네상스당) 안에서도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은 여론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곳곳에서 석달 째 시위가 지속되는 등 정치적·사회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지난 1일 시아파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하필 이 기간에 부적절하게 처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동료인 루도비치 멘데스 의원도 BFM-TV와의 인터뷰에서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페미니스트로서의 투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싸움을 왜 플레이보이지에서 봐야 하나. 다른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시아파 장관의 이 같은 화보 촬영이 연금 개혁에 집중된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정부의 술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프랑스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페미니스트인 녹색당의 상드린 루소 의원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고,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보이 인터뷰로 연막을 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아파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킬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프랑스에서 여성은 자유롭다”며 “배신자들과 위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