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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은 같은 집안에서 생활하다 밤에 따로 자는 부부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에서 이 키워드가 유행한 지는 몇 년 됐는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다. 이름이 생소할 뿐 국내서도 익숙한 개념이다. 한국에선 이를 ‘각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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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면의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5%가 가끔 혹은 지속해서 배우자와 다른 공간에서 잠을 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27∼42세)의 수면 이혼 비율이 43%로 43∼58세(33%), 59∼76세(22%)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WSJ은 전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도 각방을 쓰는 부부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국내 설문조사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2월 발표한 것이다.

기혼남녀 500명(남녀 각각 250명, 20∼39세, 신뢰 수준은 95%에 표준오차 ±4.38%p)을 대상으로 ‘현재 수면 형태’를 물어본 결과 ‘한 방에서 침대 1개’(66.4%), ‘각방’(20.2%), ‘한 방에서 침대 2개’(12%)로 순으로 나타났다. 기혼자 5명 중 1명이 각방을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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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적은 것 같지만, 응답자 연령이 2030으로 젊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다르다.

2021년 조선닷컴이 30∼60대 기혼남녀 742명을 대상으로 수면 형태를 조사한 결과 ‘한방’(침대 1개)이라는 응답은 42.3%, ‘각방‘은 32.3%였다. 연령대를 40대 이상으로 확대하면 각방을 쓰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여성조선 조사(기혼남녀 463명 대상)에서는 전체의 52%가 ‘각방을 쓰고 있다’는 다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는 결혼 햇수별로 ‘각방’과 ‘한방’ 비율을 조사했는데, 결혼 1∼9년 차는 ‘한방을 쓴다’는 비율이 53%로 더 높았고, 10∼19년 차와 20∼29년 차에서는 ‘각방을 쓴다’는 응답이 각각 63%, 51%로 더 높았다. 결혼 30년 차 이상에서는 다시 ‘한방’(55%)을 쓰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여러 설문 결과의 경향을 보면 부부의 각방 사용은 미국의 경우 젊은층에서 확산 중이고, 한국은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일반화된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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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면 전문가이자 ‘더 나은 수면을 위한 커플을 위한 가이드’의 저자 웬디 트록셀 박사는 WSJ 인터뷰에서 “수 세기 동안 부부는 따로 잤으나, 1960년대부터 부부가 따로 잠을 자는 것이 사랑이 없는 결합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낙인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부가 따로 잠을 잔다고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좋은 수면은 좋은 관계와 건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커플은 수면 방식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수면 이혼의 장점을 알린 책 ‘각방 예찬’(2017)을 펴낸 프랑스 사회학자 장클로드 카우프만도 “신혼 때는 함께 자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이런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곧 독립적인 자아가 고개를 들게 되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혼자 안락하게 지내고 싶어한다”면서 “부부가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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