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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결혼할 경우 배우자 한쪽의 성씨를 따르는 부부동성제도가 있어 500년 뒤 일본인의 성씨는 모두 ‘사토(佐藤)’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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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요시다 히로시 도호쿠대 교수의 조사 결과를 인용, 지금으로부터 500년 뒤인 2531년 일본에서 ‘사토’라는 성씨가 전체 성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0%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토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이다. 현재 일본 전체 성씨에서 약 1.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김씨가 전체 인구 중 20%로 그 비중이 훨씬 높은데도 불구, 이런 추산이 나오는 이유는 일본의 부부동성제도 때문이다.

일본은 민법에서 ‘부부는 혼인 시에 정하는 바에 따라 남편 또는 아내의 성씨를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고 각각의 성씨를 유지할 경우 법률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결국 이 제도를 지속할 경우 사토 성을 가진 사람과의 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오랜 시간을 거치면 모든 성씨가 사토로 흡수된다는 것이 요시다 교수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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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교수는 결혼, 이혼, 출생, 사망에 의해 변화하는 변수까지 고려해 2022년과 2023년 총무성 인구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씨 비율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결혼과 자식의 탄생으로 사토 성을 가진 인구는 연 0.8%씩 증가하고, 한쪽의 성씨를 따르는 제도를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531년 100%에 이르게 된다.

다만 양쪽이 결혼해도 각자의 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적 부부별성제도’를 도입할 경우 사토 성이 100%가 되는 시기는 3310년으로 미뤄진다.

요시다 교수는 “기존 제도를 유지할 경우 성씨가 상실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추계라고 말할 수 있다”며 “성씨가 가지는 전통이나 문화,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이미 약 13만개의 성씨 중 5만개는 멸종위기다. 이미 소멸한 성씨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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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에서는 부부별성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혼인 시 성씨를 바꾸는 사람 중 90%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생노동성의 가정 동향 조사에 따르면 부부별성 찬성 여론은 61%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결혼으로 남편 성을 따르면서 창업자 가문의 성씨와 다르다는 이유로 은행이나 거래처에 의심받거나, 결혼 전에 출원한 특허가 결혼 후 성이 바뀌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등 각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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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결혼으로 성씨를 바꾸면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거나, 옛 성씨와 새 성씨를 이중관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3월 8일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기업 CEO 등 재계 인사 1000명은 부부별성제 조기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서명에는 니이나미 다케시 산토리 홀딩스 회장,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려 힘을 보탰다. 지난 2월 게이단렌의 도쿠라 회장은 “여성의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별성 제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해줬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40개 기업이 부부동성 제도의 부작용을 알리는 민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인테리어 회사의 경우 문패가 모두 사토로 돼 있는 디자인을 만들거나, 식품 유통기업에서는 2531년 생산자 이름이 모두 사토로 돼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식이다.

참여 기업인 다카시마 고헤이 오이식스 사장은 “일본이 세계에 역행한 채로 남겨지는 것은 기업의 인재 획득 관점에서도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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