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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있는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한복 문화 진흥을 위해 직원 근무복으로 디자인한 개량 한복이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상의 옷깃이 일본 기모노의 하네리(半衿)와 유사하고 동정(저고리 깃 위에 덧대는 헝겊)의 폭이 좁아 일본풍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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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따르면 전당은 최근 직원 근무복으로 활용할 개량 한복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 근무복은 태극기의 검은색 괘와 태극기 바탕의 흰색을 모티브로 제작됐다고 전당은 설명했다.

옷깃에 전당의 로고를 패턴으로 새겨 넣고 가슴에는 전당의 영문 이니셜이 들어간 브로치를 달았다. 80벌을 제작하는데 전당 운영비 960여만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색감이나 옷깃이 ‘일본 주방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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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주 시민은 공개된 근무복을 보고 “초밥을 주문하고 싶어지는 복장”이라며 “아무리 개량 한복이라지만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 역시 근무복 옷깃의 폭, 문양, 전체 색감 등을 보고 일본 의상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전통 한복이나 개량 한복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민무늬 혹은 은은한 자카드(직물 형태 패턴) 문양의 흰 옷깃을 쓰는데, 근무복에는 회색톤의 전당 로고가 새겨져 하네리를 연상케 한다.

개량 한복임을 고려하더라도 동정의 폭이 너무 좁아 일본 의상의 특징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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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한 대학교의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근무복의 옷깃 문양과 폭을 보면 일본풍 의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며 “동정을 더 넓혀서 사용하고 무늬도 우리 전통의 방식을 기반으로 변형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옷감이 검은색인데, 보통 한복은 밝은 모노톤을 사용한다”며 “전체적으로 어둡고 깃도 얇다 보니 일본 주방장 옷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전통문화전당도 이러한 지적에 대체로 수긍했다.

전당 관계자는 “생활한복점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구매해서 옷깃에 프린트를 넣고 브로치를 달았다”며 “일본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어서 조금 안타깝다”고 말했다.

좁은 동정에 관해서는 “시제품을 후가공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이 동정을 두껍게는 못 만든다고 해 이런 디자인이 된 것”이라며 “전당의 로고 색을 차용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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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무복을 만든 디자이너는 “유물 자료에 근거해 완성한 명백한 한복”이라고 반박했다.

디자이너는 “이 의상은 조선시대 칼깃(칼 끝처럼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깃)을 기본으로 삼아 제작된 것”이라며 “활동성을 위해 소매통과 깃의 너비를 적당히 줄였고, 소매를 걷어 올릴 수 있도록 서양식 커프스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비가 좁은 동정이 일본식이라는 지적도 옳지 않다”며 “동정은 조선시대 전기에는 넓었다가 후기로 가면서 좁아진다. 전당 근무복의 동정은 목이 답답하지 않도록 낮게 제작된 깃에 따라 좁아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디자이너는 “바탕의 검은색은 전통 오방색 중 하나이고 왕이 입던 ‘현의’, 학자들의 ‘심의’에 쓰이는 색도 검은색이었다”며 “현명함과 지혜를 상징하는 전통색을 두고 특정 국가를 연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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