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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가 덮친 미국의 많은 지역들 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주 서부에서 타고 가던 차가 멈춘 한국 관광객들이 현지인 부부의 환대로 자칫 악몽이 될 뻔했던 경험을 추억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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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버펄로 근처의 윌리엄스빌에 사는 치과의사 알렉산더 캄파냐 부부는 수십 년 만의 한파와 눈보라가 닥친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냉장고를 채워놓고 집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려고 했다.

금요일인 23일 오후 2시께,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급속하게 눈이 쌓이는 가운데 낯선 남성 2명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관광객 9명이 탄 밴이 배수로에 박혔는데 삽을 빌릴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날 아침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폭포를 구경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오면서 강풍과 창밖에 쌓이는 눈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는데 마침 캄파냐의 집 근처에서 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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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냐 부부는 날씨와 도로 상태를 볼 때 이들을 집에 재워주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 방 3개와 소파, 매트리스를 동원해 운전기사까지 모두 10명의 낯선 손님들을 집으로 들였다.

딸과 함께 여행하는 부부, 신혼여행으로 온 부부도 있었다. 윌리엄스빌과 버펄로를 비롯한 이리 카운티에는 당일 오후 3시30분에 운전 금지령이 내려졌고, 이튿날 아침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이렇게 캄파냐 부부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시끌벅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마침 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꺾은 것을 놓고도 얘기했다.

신세를 지게 된 한국인 손님들은 제육볶음과 닭도리탕으로 집주인들을 대접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차가 멈춘 곳 근처에 캄파냐의 집이 있던 것과 함께 이 부부가 한국 음식 마니아라는 점도 행운이었다. 부부는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김치, 전기밥솥 등 한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양념과 도구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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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으로 미국에 온 최아무개씨는 캄파냐 부부에 대해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캄파냐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손님들을 맞은 뒤로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손님들은 배수로에서 빼내지 못한 차 대신 다른 차를 구해 25일 뉴욕시로 돌아갔다.

북극 공기가 직접 남하해 미국을 얼어붙게 만든 이번 한파와 눈보라로 이날까지 버펄로와 그 주변에서만 12명, 미국 전체로는 3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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