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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뉴욕 레스토랑에는 생굴 요리를 주문하고는 손도 대지 않고 떠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더 수상한 건 레스토랑이다. 버려진 굴과 굴 껍데기를 따로 모아서는 어딘가로 보낸다.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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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14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BOP)’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뉴욕 인근 바다에 10억 개 이상의 굴을 키우는 게 목표인데, 레스토랑 70여 곳이 동참하며 순항 중이다. 손님들도 일종의 후원금 개념으로 ‘굴 주문’에 동참한다.

최종적으론 뉴욕만에 거대한 굴 암초 벽을 세우는 게 목표다. 뉴욕을 다시 ‘굴의 도시’로 만드는 동시에 천연 자원을 빌어 기후 변화에 대항하자는 노력이다.

항구 도시 뉴욕은 19세기 세계 최대의 굴 생산지였다. 뉴욕항에는 22만 에이커(약 2억6900만평)에 달하는 천연 굴 암초가 있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 배를 대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선 식전 입가심으로 생굴 요리를 내놓고, 길거리에선 노점 간식으로 팔 정도로 흔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뉴요커들은 하루 100만 개가 넘는 굴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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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도한 수확과 도시화 작업, 늘어난 오·폐수에 굴 서식지는 서서히 사라졌다. 1920년대 뉴욕 마지막 굴 양식장마저 문을 닫으면서 더는 뉴욕산 굴을 먹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소멸한 뉴욕산 굴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게 BOP다. BOP 창시자 피트 말리노프스키 이사는 수산물로서의 가치보다 해양 생태계 회복자로서의 능력에 주목했다.

거대한 파도를 잠재우고, 수질을 정화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에 서식지를 제공하는, 애피타이저 이상의 능력들이다. 말리노프스키는 “굴의 다재다능함에서 오염된 바다를 되살릴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굴을 다시 바다에 심고, 친환경적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레스토랑과 각 가정에서 모은 굴 껍데기를 비바람에 자연 건조되도록 1년 동안 해안가에 널어놓는다.

이후 빈 껍데기에 양식한 굴을 부착한 뒤 철사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썰물 때 바다에 투하한다. 이렇게 2018년까지 약 3000만개 이상의 굴을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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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BOP가 천연 굴 암초에 방파제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뉴욕은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 2021년 9월 허리케인 아이다로 큰 홍수가 발생해 수 백명이 죽고, 수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문가들은 해안에 굴 암초 등 다른 자연적 장벽이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굴 암초는 폭풍과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해안선 주변에 서식하며 파도의 완충재 역할을 해 해안 침식을 막는다. 실제로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해안은 굴 암초가 사라진 뒤부터 폭풍이 퇴적물을 육지로 밀어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 개선도 돕는다. 작은 섬모로 물속 유기물과 미생물을 빨아들인 뒤 깨끗한 물만 내뱉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 하나가 하루에 물 약 190ℓ를 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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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녹조의 주범인 다량의 질소도 흡수한다. 녹조가 일어나면 수중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을 죽이는데, 굴은 과다한 질소를 흡수해 껍데기에 저장한다. 여기에 새로운 개체가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생물 다양성에도 기여한다.

말리노프스키 이사에 따르면 굴 10억 개로는 홍수와 수질 오염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대신 작은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고 한다.

먹고 남은 굴을 모으는 일, 굴 껍데기를 세척하는 일만으로도 지구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후위기 전면에 나서야 하는 건 인간이다. 그 성패는 우리의 행동에 달렸다고 그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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