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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명물이었던 해상 식당 ‘점보’가 운영난으로 폐업한데 이어 예인선에 끌려 동남아 국가 어디론가 가다가 남중국해 바다 한 가운데서 전복됐다. 사람들은 홍콩을 상징하던 명물을 잃었다며 아쉬워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홍콩의 운명을 보는 것 같다는 착잡함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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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는 1976년에 마카오의 카지노 재벌 스랜리 호가 세운 세계 최대의 수상 식당이다. 근 반세기 동안 웅대한 황궁과 같은 디자인으로 관광객들을 열광시켰고 홍콩 관광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였다.

3개 층 4180㎡의 면적에 2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76m 높이의 거대한 식당은 기업 만찬에서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주최할 수 있었고 60여 종의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유명세를 타면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배우 톰 크루즈, 주윤발 등도 이 곳을 찾았고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컨테이젼> 등의 영화 세트로도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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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점보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문을 닫으면서 1억 홍콩달러(약 162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점보는 이후 지난 2년간 새로운 주인을 물색했고, 아예 식당을 기부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나 실패하면서 지난달 30일 폐업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14일 예인선에 이끌려 정박해 있던 애버딘 항구를 떠나 동남아시아 국가 어디론가 가다가 남중국해에서 전복됐다.

이 배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점보의 모회사 측은 남중국해 시샤군도를 지나던 중 배에 물이 들어오면서 뒤집혔다고 밝혔다. 점보가 전복된 지점은 수심이 1천m 이상이어서 인양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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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의 목적지가 처음부터 알려지지 않았고 짧은 기간 동안 먼 거리를 이동한데다 가라앉은 이유도 명확하지 않아 보험금을 타내려는 의도된 행동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람들은 가라앉은 점보가 홍콩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은 한 때 동양의 진주로 불리면서 번영을 구가하던 도시였지만 중국에 반환된 이후 2019년 200만 명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와 보안법 시행이라는 기막힌 반전 끝에 정치적 자유와 특유의 활력을 잃은 채 중국의 수많은 경제도시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홍콩은 다음달 1일로 중국 반환 25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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