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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속에 들어간 어린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차를 뜯은 포르쉐 차주에 애묘인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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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페이스북 고양이 커뮤니티에 “길냥이를 살리기 위해 포르쉐를 뜯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서울 신촌에서 어린 길고양이와 마주쳤던 경험담을 포르쉐 차주가 직접 게시한 글이었다.

차주는 이날 신촌의 대로변을 지나다 새끼 고양이가 차도 끝에서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잔뜩 겁을 먹은 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것을 발견했다. 애처로운 마음에 이 녀석을 구조해주려 차를 세운 찰라 그만 아기 고양이가 차의 휠쪽으로 쏙 들어갔다. 꺼내주려고 손을 뻗으니 나오기는 커녕 이번엔 하부 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이 닿기는 했지만 꺼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고, 이 녀석도 몸에 잔뜩 힘을 주고선 나오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고양이 털만 간질이는 상황이 됐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저 비싼 차가 더 중요하지 한낱 고양이가 중요하냐며 그냥 몰고 가버리라’고 하는 말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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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차주는 119에 신고해서 잠시 교통통제를 요청하고, 견인차를 불러 카센터로 이동했다. 출동한 119 요원들도 견인차가 오기에 앞서 고양이 구조를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119는 동물 구조 신고에 출동의 의무가 없지만 안전과 관련한 이슈라면 출동을 한다.

“다른 차들은 모르겠는데 사장님 차는 뜯으면 비싸요. 몇백만원 나와요 무조건…” “뜨.. 뜯어주세요” 카센터 사장님과 차주가 나눈 대화였다. 이렇게 해서 몇백만원의 수리비가 나올 지도 모르는데 멀쩡한 차를 뜯게 됐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하는 생각이었단다. 다행스럽게도 하부 커버만 찢는 것으로 고양이를 꺼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녀석을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건강검진을 받게하고, 영양제와 예방접종을 겸한 주사도 맞췄다. 그 때 당시 냥줍(길고양이 입양)에 큰 관심이 있었던 차주는 이 일이 묘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고양이가 진료를 받는 동안 그의 손에는 고양이집이며 화장실용 모래, 사료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묘연은 닿지 않았다. 차주는 “수의사분께서 아깽이가 뒤에도 깨끗하고 스트릿 출신 치고는 건강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고 했다”며 “‘어미의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고 주변에 천적이 없는 상태다. 만약 데려가서 키운다면 그것이 과연 구조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보셔라’라고 하셔서 손에 들려있던 고양이 용품들을 반품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을 만난 곳으로 데려가서 방사해주는 것으로 인연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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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6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너무 멋지십니다” “길냥이를 위해 슈퍼카를 뜯어버리는” “인간 포르쉐” 등 칭찬의 댓글도 600개 넘게 달렸다. 길고양이를 둘러싸고 흉흉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이다 같은 사연에 찬사가 쏟아졌다.

방사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들도 보였다. 하지만 자칫 ‘구조’가 아닌 ‘납치’가 될 수 있다는 수의사의 충고에 따른 것이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어린 고양이가 혼자 있는 것을 봤을 땐 바로 구조하려 들지 말고 최소 하루 이상 두고보면서 어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구조하는 것이 냥줍의 정석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게시한 이는 박재현 사진작가다. 포르쉐를 뽑고 얼마되지 않아 길고양이들에게 차 지붕이 훼손당하는 일을 겪었어도 쿨하게 지나갔던 고양이 애호가다. 박 작가는 지난해 고양이 두 마리를 차례차례 입양하면서 오랜 동안 고대해왔던 고양이 집사의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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