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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웬디 도니거가 쓴 <베드트릭: 섹스와 가면극에 대한 이야기(The Bedtrick: Tales of Sex and Masque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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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트릭, 영원한 문학의 테마

베드트릭(bedtrick)이란 침대(bed)에서 사용되는 기술(trick)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섹스와 연관되어 한 인물을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일종의 속임수를 의미하는 문학상의 플롯을 말한다.

바람둥이 버트램은 마음에 두고 있던 다이아나와 사랑을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사랑을 나눈 것은  어두운 침실에서 다이아나 대신 교체된 헬레나였다.
버트램을 짝사랑하던 헬레나는 이렇게해서 그에게 결혼 약속까지 받아내고 만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All’s well that ends well(끝이 좋으면 다 좋아)>의 줄거리이다. 전형적인 베드트릭의 예라 할 수 있다.  세익스피어만이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를 중심으로 많은 문학가들이 베드트릭을 그들의 작품속에 심어 넣었다.

사실 인류의 문학과 문화에 있어서 베드타임의 역사는 성경의 창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세기 26장 야곱이 결혼식에서 라헬을 레아로 둔갑시킨 라반의 이야기(야곱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가 바로 그것이니, 베드트릭의 역사 는 실로 인류 문화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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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런 속임수에 인류는 매료되어 왔을까?

아침에 일어났더니 생판 모르는 사람과 침대 안에 있었다

이것은 시, 소설,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가장 인기있는 스토리텔링 중 하나이다.  그리고 저명한 인도학자인 저자 도니거는 이 책에서 현대판 베드트릭을 그렇게 정의하였다.

고전적인 베드트릭이 제 3자에 의해 속임을 당하는 것이라면, 현대의 베드트릭은 스스로를 속인다. 침실의 어두움을 이용하건, 술의 힘을 빌리 건, 가면 아래의 익명성에 의존하건 본질은 하나이다. 누구나 내면에 지니고 있을 일탈에 대한 욕구를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속이면서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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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힌두나 히브리의 설화에서부터 세익스피어와 할리우드 영화까지, 또 카사노바에서 애브라함 링컨과 빌 클린턴같은 인물까지 수백가지의 스토리들을 모아 섹스와 권력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크라잉 게임>이 중국에서는 <안돼, 내 여자친구가 거시기를 가지고 있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는 사실, 애브라함 링컨이 베드트릭에 관해 쓴 우스꽝스러운 시를 썼다는 사실 등이 책에 담겨 있다.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가면 무도회와 익명성…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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